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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연구

[칼럼] 유아교육기관의 학교폭력, 용어의 적절성에 관하여(안산뉴스, 2019.12.11)

작성자 유아교육과 작성일 2021.05.10 11:20 조회수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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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ttp://www.ansa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91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폭력의 피해 대상이 점차 하향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아교육기관에서의 학교폭력이 논란되기도 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통상 담임교사 등 성인에 의한 것이 문제시되어 왔는데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유아교육기관에까지 적용되며 유아들 사이의 갈등상황이 학교폭력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입니다.

물론 유아의 문제행동이 학령기에서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유아기의 문제행동을 학교폭력의 관점으로 바라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유아 간 갈등, 그러니까 따돌림, 괴롭힘 등의 문제는 ‘학교폭력’이 아니라 생활지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합니다.

초등학교에서 관찰되는 학교폭력의 형태가 유아교육기관에서 관찰된다 할지라도 연령에 따른 발달상황을 고려하면 유아기의 문제행동은 지속적이기보다는 충동적이고, 조직적이기보다는 우연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유아기는 학령기와 다르게 아직 또래 의존보다는 성인 의존도가 높아 유아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도하는가에 따라 교실의 문화와 분위기는 유연하게 구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아기의 문제행동은 교사와 부모 등 유아 주변의 인·물적 환경이 갈등과 폭력에 대해 어떤 문화를 구성하는가, 유아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도할 것인가에 의해 개선의 여지가 큰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문제행동을 ‘학교폭력’으로 규정하는 경우는 기관의 적절한 지도 실패와 가해 및 피해 자녀 학부모의 부적절한 대응이 결합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아들의 문제행동이 학교폭력으로 정의되는 순간 만 3세 유아가, 만 4세 유아가, 만 5세 유아가 가해자가 되고 방관자가 됩니다.

언어학자 소쉬르(Saussure, 1916)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언어를 쓰는가에 따라 우리의 행동과 의식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유아의 문제행동이나 갈등상황을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로 해석하면 해당 유아를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로 지칭하게 됩니다.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가벼운 일탈행위를 넘어서 범죄로 보는 시각이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유아교육기관의 ‘학교폭력’ 역시 같은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란 시선으로 유아를 보게 되면 이는 지도를 통한 개선에 방점을 두기보다 처벌에 방점을 두기 쉽습니다.

실제 지난 2014년 한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유아간의 갈등 상황이 발생했고 피해를 당한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피해자, 아이를 놀리고 때린 유아를 가해자, 그 상황을 보고 있던 유아들을 방관자로 지칭했고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최초로 학폭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만 4세 유아가 가해자와 방관자라는 언어로 지칭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가는 고민의 여지가 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학교폭력이란 용어를 그대로 수용하고 초중고교에서와 같이 유아들 간의 갈등을 학교폭력위원회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도 재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유아의 문제행동이나 유아간의 갈등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교사의 직무유기입니다. 그러나 교사와 학부모가 폭력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폭력이나 힘에 의한 권위 사용에 대한 감수성을 예민하게 버리려는 노력, 유아의 심리사회적 발달을 이해하고 문제행동을 이러한 관점에서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교사는 유아의 심리사회적 발달을 이해하고 문제행동이 어떤 결핍으로 시작되는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는 내 아이 뿐 아니라 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그 아이’의 부모로서도 함께 역할을 할 때 결국 내 아이의 바른 성장을 도모한다는 ‘사회적 부모’로서의 인식을 지니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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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산뉴스(http://www.an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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