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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 활동

[칼럼] 잠재적 가해 어린이집, 경찰 학부모(안산뉴스, 2021.5.11)

작성자 유아교육과 작성일 2021.05.20 12:39 조회수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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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nsa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44

 

“발로 차고... 화장실 감금... ‘두려운 어린이집’”, “‘CCTV 훼손하고 사각지대서 때려’... 전국 어린이집 학대 기록”, “사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아동학대 비극은 계속”, “인천 섬 국공립 어린이집서 아동학대... 4시간 배 타고 심리치료”, “‘학대하고 싶다, 진짜.’... 녹음기 속 어린이집 교사들의 폭언...”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자극적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기사보다 더 자극적인 댓글이 달립니다.

한 어린이집 학부모가 회원수 약 27만명 규모의 온라인 부모 커뮤니티에 어린이집 학대 의심 정황 글을 게시했고 몇 시간도 안 돼 5000건이 넘게 조회되며 거친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약 5시간 후 해당 기관 어린이집 원장이 사망했습니다.

“‘딱밤 때려 학대 의심’ 28만 맘카페 글…어린이집 원장 숨져”, “어린이집 원장 죽음으로 내 몬 아이 학대 당했다” 맘카페 글, “‘극단적 선택’ 화성 어린이집 원장, 비극 시작은 동탄 맘카페”, “어린이날 숨진 채 발견된 원장…맘카페 ‘딱밤’ 글이 비극 불렀나”, “동탄 맘카페에 무슨 일이…학대 고발 글에 어린이집 원장 극단 선택?”.

어린이집 원장 사망 기사 역시 쏟아져 나오고, 이번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댓글을 단 학부모와 관련 커뮤니티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쏟아집니다.

“‘아동학대’ 보육교사 자살 ‘마녀사냥 논란’ 일파만파”, “김포맘카페 ‘봤냐구요? 들었어요’...몰아세우기-신상정보 공개, 보육교사 자살”, “보육교사를 자살로 내몬 인터넷 카페”.

원장에서 교사로, 동일한 사건이 대상만 달리하고 매년 반복됩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 역시 매년 반복됩니다. 사망은 학대 피해보다 더 과중한 사건이므로 약자는 사망자, 그를 둘러싼 목소리들은 가해자가 되어 심판합니다.

“김포 맘카페 신상털기에 보육교사 사망…‘억울함 풀어달라’ 청원글 8만명 동의”, “‘김포 보육교사 자살’…檢, 맘카페 회원·아동 이모 등 4명 기소”.

집단적 분노는 국가에 대한 청원으로 이어지고,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소나 처벌로 마무리 됩니다.

그러나 원장이나 교사의 자살이 있지 않았다면, 심판의 대상은 누가 되었을지요. 가해에 대한 대처가 또 다른 가해가 되는 상황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요.

2019년 기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1,371건으로 아동학대 전체 건수의 4.6%에 해당하고, 1,371건의 학대가 1,371개소의 어린이집 각각에서 발생했다고 쳐도 전체 어린이집 중 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3.7%에 해당합니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고 피해 유아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3.7%로 환산할 수 없는 100%의 고통입니다. 어떤 방식의 학대이든 문제를 제기하고, 추후 그러한 학대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관심 갖고 실천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가 집단 전체의 특성이 되고, 모두가 정의가 되어 하나의 악을 단죄하는 상황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영유아가 돌봄과 교육을 받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대의 근원으로 인식되게 만듭니다. 유아교육기관은 잠재적 가해자, 그곳에 다니는 영유아는 잠재적 피해자, 학부모는 자녀가 실제적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기관을 예민하게 감시하는 경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유아를 함께 교육하는 동반자로의 부모-기관 관계가 애초에 상실된 채로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거나 영유아의 건강한 교육과 돌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피해 아동 한 명의 한 명의 사례는 집단 관음증의 충족이나 집단 두려움의 투사가 아니라, 보육교사 양성 과정의 개선, 보육교사 처우 개선, 보육 환경 개선 등을 향해 우리가 실제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아픈 거울 이외에는 어떤 수단도 될 수 없습니다. 한 명의 가해자에 대한 열띤 집단 단죄 대신 우리의 목소리는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요.

 

김명하(민교협 회원,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출처 : 안산뉴스(http://www.ans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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