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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워킹맘은 죄인'이란 메시지를 남긴 30대 노동자가 스스로 죽었고, 그해 11월 생후 7개월 된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재우려던 원장에 의해 죽임 당했다. 두 사건은 출생률 0.78명 대한민국이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보여주는 단편적 사건이었다. 어린이집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이 기본보육이다. 부모가 원하면 밤 12시까지 야간연장보육이 가능하고, 저녁 7시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30분까지 12시간, 오전 7시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30분까지 24시간 보육도 가능하다. 일 8시간, 주 40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초중고 0교시를 폐지하고 야간자율학습을 제한하는 시대에 어린이집 영유아는 교사가 퇴근하며 돌보는 교사가 바뀌어도, 12시간 보육이 끝나 가정으로 귀가하는 또래 친구를 보면서도 부모가 원하면 얼마든지 늦은 밤까지 기관에 맡겨질 수 있다. 국가가 노동과 자본에 기꺼이 서비스해 가장 연약한 존재를 희생한 기이한 결과다. 육아기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법으로 보장되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1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는 여성 26.3명, 남성 3.0명에 불과하다. 복직 노동자에 대한 임금, 승진, 부서이동 등 불이익이 주요 원인이다. 산휴 3개월 이후 부모는 개인 상황에 따라 2개월, 3개월 된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채 복귀를 선택당하고, 출산과 육아가 업무에 지장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더 이른 시간에 더 늦은 시간까지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워킹맘은 죄인'이란 메시지 뒤에는 육아를 인정하지 않고 죄악시하는 기막힌 노동 현실이 있다.
유보통합 영유아 건강성장 최우선
2세까지는 가정양육지원 강화하고
저녁 6시이후엔 부모돌봄 받게해야
그렇게 보내지는 어린이집은 유아의 안전한 성장과 발달을 최우선하는 학교인 유치원과 달리, 노동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업과 자본에 대한 서비스가 우선이다. 자본을 창출하는 노동을 위해서라면 영유아가 어떤 감정이고 무엇을 원하는지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오랫동안 기관에 맡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유치원과 같이 교육부에 소속된 학교인가, 서비스기관인가는 중요한 여러 차이를 만든다. 그 중 하나가 영유아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교사근무환경이다. 점심시간도 교육시간으로 인정받는 국공립유치원과 달리, 어린이집 교사는 점심시간을 교육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휴게시간으로 사용해야 한다. 교사가 휴식하기 위해선 그 시간을 대체할 또 다른 교사가 필요하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교사 대부분은 9시간 근무가 보통이다. 영유아의 낮잠시간 등을 휴게시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나 아이들은 동시에 잠들지 않고 그러다보니 무리한 상호작용이 가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무리하게 재우려다 7개월 영아가 사망한 이번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어린이집에서 생후 7개월 영아는 교사 한 명이 3명을 돌본다. 가정에서 한 명의 자녀도 돌보기 버거운 상황을 생각하면 교사가 아무리 애써도 틈은 생기고 신체적 피로감에 교사로서의 의지가 꺾이는 순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워킹맘은 죄인' 세상 떠난 엄마에게
우리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는 유보통합을 앞두고 지난 4월10일 유아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유치원 등원시간을 선택적이기는 하나 기존 오전 9시에서 8시로 앞당기는 것이다. 학교인 유치원은 교육과정이 4~5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방과후 과정을 포함해도 저녁 7시 이후에는 유아가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권고한다. 어린이집은 대한민국이 경제성장하는 동안 노동자 자녀를 교육하는 주요 기관이었고 그 공로는 크다. 그러나 0.78명 저출생 시대 유보통합 모델은 노동과 자본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이 최우선 목표인 학교가 되어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도 적어도 2세까지는 가정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가정양육지원을 강화하고, 기관에 어린 영아를 보낼지라도 당연하게 하루 12시간 이상이 아니라, 저녁 6시 이후면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노동 환경과 기업 문화를 양육 및 영유아인권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짧은 생을 살 수밖에 없던 아기와 그 비극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부모, '워킹맘은 죄인'이란 무거운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엄마에게 우린 어떻게 용서를 빌고 책임을 져야 하는가….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민교협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