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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연구 활동

[토론문] 정치교육을 위한 유아교사의 역할과 쟁점

작성자 유아교육과 작성일 2021.05.10 11:45 조회수 374

지난 2020년 9월 26일 [한국교원교육학회] 4개 학회 연합 학술대회에서 '정치교육을 위한 유아교사의 역할과 쟁점'에 대한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박사 발제에 대한 토론문입니다.


사실상 유아교육 내에서 정치교육, 혹은 정치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재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 유아교육 역시, 텍스트로 이루어진 글이나 말의 효과보다는 교사가 먼저 살아내고 그것이 교실에서 교사와 유아와의 모든 행위안에 문화로 경험 될 때 가장 큰 교육의 장이 된다는 신념하에 쓰여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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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교육을 위한 유아교사의 역할과 쟁점’에 대한 토론      

 

                                                                        김명하(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1. 토론을 위한 주요 발표 내용

유아교육분야에서의 정치교육은 다문화, 민주시민, 세계시민, 인성, 환경, 통일, 평화교육 등의 명칭으로 주로 유아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다루어졌고, 이를 위한 교사교육은 교수-학습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의 내용들은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 관계를 겪어 내는 문화라는 점에서 프로그램이나 교수-학습을 통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교사와 유아의 지속적 삶을 통해 반복적으로 ‘경험’되어 ‘각인’될 때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정치를 관계에 대한 민주적 대응이라고 봤을 때, 교사는 거시적 세계와 미시적 세계(동료, 기관, 지역사회)와의 민주적 관계를 어떻게 경험해 내느냐, 그 경험을 어떻게 교실로 가지고 오느냐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의 정치교육 핵심이라고 발표자는 말하고 있다. 다시말하면, 원장・원감을 포함한 동료 교사와의 수평적 관계, 근로계약・복지 등 근로 조건에 대한 기관과의 투명한 관계,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한 연대・ 혹은 비평적 관계를 교사가 일상에서 어떻게 경험하고, 이 경험을 교실에서 영유아와의 관계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고, 이러한 과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의 여부가 정치교육의 쟁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그 시작을 교사를 둘러싼 공동체에서 찾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교사학습공동체, 교원노조 뿐 아니라, 기관 밖의 시민학교 등을 통해 철학, 인문학적 지향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적 관계를 교실에서 실천해 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2. 토론     


1) 교사를 둘러싼 미시적 관계의 세 주체, 동료교사, 기관, 지역사회. 

정치를 민주적 관계로 보고, 정치교육을 민주적 관계에 대한 교사 경험을 교실에서의 영유아 관계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볼 때, 교사가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관계 경험은 이를 위한 주요 참조가 된다. 교사의 미시적 관계는 크게 원장, 원감을 포함하는 동료교사, 근무하는 기관, 기관이 위치한 지역사회로 구분할 수 있고, 교원학습공동체나 교원노조는 관계를 평평하게 하는 매개로서의 공동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2) 가능성 1, 학습공동체

탑다운 방식이나, 집단 연수가 아니라 소규모의 자발적 학습공동체를 통한 민주적 관계 경험은 정치교육을 위한 교사 역할을 강화하는 주요 동력 중 하나다. 학습공동체가 어떻게 유치원 안에서 민주적 관계를 구현해 내고, 이것이 교사자치 및 영유아 자치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종시 두루유치원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선도 학교로 선정되어 2015년 첫 학습공동체를 시작했다. 전문가 연수 위주로 진행된 학습공동체는 지나치게 수동적이었으나, 2016년 혁신유치원으로 선정되면서부터는 기존과 다른 학습공동체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이 시작됐다. 2017년 혁신유치원 2년 차에는 독서토론 등을 통해 교육철학을 공유하며 구성원 간의 동일 지향을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조직의 민주적 합의체제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3년 차에는 월안과 놀이수업, 수업고민, 유아성장중심 기록화 작업 등 각 교사의 수업을 공유하고 논의된 것들을 함께 실천하는 과정을 거쳤다. 2019년 4년 차에는 포럼, 컨설팅, 협의 등 다양한 방식의 학습공동체를 운영했고 학습공동체 4년의 경험을 외부와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13명의 유치원 구성원들이 공동 집필한 단행본 ‘애들아, 줄지어 걷지 않아도 괜찮아’를 출판해 그 간의 경험을 기록하고 세상과 공유했다.  

두루유치원의 학습공동체가 동료와의 관계에서 이룬 민주적 합의 시스템은 이후 원감, 원장, 장학사, 교육감 등의 상급자와 관계로 확장되었고 교사가 경험한 이러한 문화는 그대로 교실에서의 영유아 관계로 투영됐다. 특정한 프로그램을 통한 일회성 정치교육이 아니라 4년여의 시간을 통해 교사의 삶을 통한 변화가 교실에서 교사-유아, 유아-유아 간의 관계 변화를 가져온 사례다. 교사들의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준 정치교육 사례라 볼 수 있다.      


3) 가능성 2, 교원노조

현재 유아교육분야의 교원노조는 초중고에 비해 가입률이 빈약하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신분 차이로 노조도 이분화 되어 있다. 어린이집 교사는 노동자로 분류되어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의 보육교사 노동조합 등의 형태로, 유치원 교사는 교원으로 분류되어 국공립유치원 교사는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유치원 교사노조, 사립유치원 교사는 2019년 12월 출범한 전국사립유치원노조로 운영된다.

유아교육의 발전 자체가 사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랜 시간 동안 교사 임금, 복지 등에 대한 논의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립 기관의 유아교사 일부는 근로계약서 없이 취업하고, 기관 상황에 따라 수당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연령별, 교실별 교육과정 등의 기관 운영에 있어서도 교사가 수평적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방해한다. 교원노조는 유아교육계의 이러한 일부 관행을 돌파하고 교원의 지위를 향상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논의될 수 있다. 수직적 일상을 살아가는 교사가 교실에서의 민주화를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교원 노조는 향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4) 가능성 3, 지역사회와의 연대 

교사들의 자발적 학습공동체나 교원노조 활동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와의 연대로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노조 활동은 미약한 개인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만들고 목소리들에 연대하는 타자와의 관계성을 안고 있어 기관이 위치한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교사의 관심사로연결시킬 가능성을 갖는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터부시되던 유아교육계의 분위기는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숲, 공원 등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이용이나 박물관 견학 등 문화적 인프라에 대한 활용에서 그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4년의 세월호를 겪은 안산, 다양한 정치적 이슈들이 펼쳐지는 광화문, 그 외 개발과 환경 이슈가 한참인 지역 내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관련 사안들을 특정한 당에 기반한 목소리가 아닌, 사람을 포함한 동물, 자연 등 타자의 아픔과 슬픔이란 점에서 연대하거나 비평하는 수준에서 관심갖고 참여하는 과정으로도 구현될 수 있다.     


3. 마무리

유아교육 분야에서 정치교육은 프로그램이나 교수-학습 방법 수준에서 논의 되어 왔다. 그러나 두 주체 이상의 관계에서 목소리를 내고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한 번의 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안에서만 구현되는 방법론으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교사가 속한 공간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관계에 대한 교사의 습(習)이 교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관계망, 철학적 지향의 축적을 이젠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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