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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공지

영유아학부 서신 2. 가장 연약한 존재와 만나는 교사...

작성자 kk520c 작성일 2020.04.27 13:17 조회수 559

<안산대학교 영유아학부 서신>


안녕하세요. 안산대학교 영유아학부 여러분. 


잘 지내고 있지요? 나와 여러 교수님들, 그리고 학과의 조교선생님들도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텅빈 캠퍼스는 여전히 외롭고 매번 여러분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은 더해가고 있지만요. 예측하지 못한 질병 앞에서 우리 모두 당황하고 무력하지만 또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고민하며 삶은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동안 두 종류의 설문이 진행됐습니다. 대면강의에 대한 요구 조사와 원격강의에 대한 만족도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이론 수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실기 수업은 해당 교과 교수님들께서 고민이 더 깊습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었고 적어도 실기 수업에 대해서는 분반 등을 고민하며 대면수업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수님들은 생각했답니다.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기에 대면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 조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원격강의에 대한 요구가 훨씬 많았답니다. 아마도 6주 이상 진행된 원격강의에 맞게 여러분의 삶도 재편되었기 때문이겠지요. 이후로도 원격강의로 진행될수 있도록 학과에서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2-3주면 끝나겠지, 4-5주면 끝나겠지 싶었던 원격강의가 중반을 넘어갑니다. 교육부와 학교 방침이 어떻게 결정될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교수님들은 원격강의에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원격강의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학과의 모든 교수님들과 공유했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은 의견을 준 부분이 음향, 과제, 강의자료 등이었습니다. 개선될 수 있도록 학과에서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설문 결과를 여러분에게도 공개합니다(피피티 파일 첨부). 


“얼굴 콥빼기도 안비치고 책읽고 ppt읽어주고 뭐냐? 다이어트 영상 올린 애는 또 뭐야? 등록금 받았으면 똑바로 써”


원격강의에 대한 설문 내용 중 한 학생의 의견입니다. 총 147명의 학생이 참여한 설문 중 단 한 명의 학생이었습니다. 누군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지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기술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1차원적인 행위 이상이고 나는 선생이고 여러분은 예비 교사라 언급하고 지나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모욕 및 폄훼에 가까운 비난으로 바꿀 수 있는 세계는 없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익명 뒤에 숨은 모욕과 폄훼로는 특히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내 의지를 관철하고 내 주변을 바꾸고 세계를 바꾸고자 할 때에는 특히 대상에 대한 존중이 필요합니다. 특히 영유아학부에서 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타인에 대한 존중, 연약한 것에 대한 배려는 몸에 문신처럼 익혀야 하는 자질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앞으로도 우리는 좀 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익명을 통한 설문을 계속 진행하게 될 겁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다는 것이 누군가를 모욕하고 폄훼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길 희망합니다. 우리가 영유아학부 학생이란 사실, 가장 연약한 존재들에게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어야 할 교사가 될 이들이란 사실. 그것이 우리가 함께 느끼는 자부심이 되길 희망합니다. 


글이 길어 졌지요... 오늘은 날이 화창하고 따뜻합니다. 우리 학생들 각자의 삶 속에서 건강하길, 나름의 여유와 즐거움 속에 생활할 수 있길 바랍니다. 여전히 그리운 마음을 담아 여러분에게 글을 씁니다. 안녕~~ 


안산대학교 영유아학부장 김명하